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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기록

새벽에 꾼 악몽

by 인포터 2021. 12. 16.

오늘 새벽은 꽤나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매일 꾸는 악몽에 이젠 무뎌질 만도 한데 오늘 새벽엔 악몽에서 깨어나서 내 옆에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고선 안심했다. 그만큼 지독했다.


악몽의 내용은 이랬다. 나는 수많은 유리 조각이 몸에 박혀있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꿈속인데도 불구하고 통증이 느껴졌다. 최근 칼에 찔리거나 위협받는 꿈을 많이 꾸는데 아마도 엄마가 나에게 칼로 위협한 기억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심지어 입 속에도 있는 유리조각등을 끊임없이 뱉어내고 있었다. 매우 성가셨다. 손바닥에도 유리조각이 박혀있었고 나는 조각들을 하나하나 떼어냈다. 꿈이지만 너무 생생했다.


나는 큰 집에 있었다. 엄마와 언니와 내가 사는 곳인듯했다. 크고 좋은 방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방안에는 죄다 언니의 물건들이 들어차 있었다. 내 방조차도 언니는 마음대로 자신의 물건을 배치했다. 나는 몹시도 분노했다. 하지만 그 집에선 어느 누구도 나를 관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분노하면서도 나는 매우 슬펐다.


장면이 바뀌고 엄마와 아빠가 나왔다. 그들은 내게 말했다.
"앞으로 엄마 아빠에게 화내지도 말고 욕하지도 마라."
매번 꿈에서 내가 엄마 아빠를 보면 엄청난 욕설과 함께 화를 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단호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알았어. 대신 그렇게할테니까 나를 사랑해줘



꿈속의 나는 흐느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들에게 말했다.


나를 사랑해줘. 날 인정해줘.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재 자체를 사랑해줘.




그렇지만 그들은 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말 자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분노하기 시작했고 울분을 터트리며 계속 이 말을 되뇌었다.

날 사랑해달란 말이야!




그리고는 곧 깨어났다. 얼굴이 시뻘게져있었고 머리는 아파왔다. 꿈이구나. 이번엔 너무 지독하다. 옆에 누운 남편 품에 들어가서 '나 또 악몽 꿨어'라고 말했다. 남편은 한참을 날 안아주었다. 매우 안쓰러운 모양이다. 꿈속에서 유리조각에 찔려서 분노와 슬픔에 몸서리치던 나를 상상하며 남편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조용히 거실에 나와 소파에 누워서 악몽을 생각했다. 왜 그런 꿈들을 꾸었을까. 꿈속에서의 그 외침이 오랫동안 내가 원했던 것이겠지. 사랑받고 싶음과 동시에 언니와 나를 차별했던 부모를 향한 분노. 그 상처가 유리조각이 온몸에 박힌 것처럼 나를 아프게 하는구나. 마치 방금 영화를 본 것처럼 생생하고 분명하게 꿈을 꾸는 나 자신이 이럴 땐 참 야속하다. 그래도 꿈이야. 이건 꿈이야 라며 다시 나를 다독여야지.

그래도 이런 지독한 악몽을 꾸면 내가 안쓰럽고 불쌍해서 잠시 동안은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굴지 않도록 조심한다. 누구나 이런 어린 시절은 겪으며 살아왔다며, '참 유난이야'라고 생각하던 지난 시간들을 잠시 반성한다. 누구나 이만큼의 분노와 슬픔을 가지진 않고 누구나 이렇게까지 학대받고 차별받진 않는다. 나는 깊은 상처를 받으며 생존했다. 고생했어. 정말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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