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상담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을 말해내고 존재를 인정받으며 인생의 방향을 좀 더 주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이가 바로 상담가이다. 살아오면서 당연히 들어야 했을 말들을 못 들은 이들의 마음을 열어주며 그들에게 이 세상을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그래서일까. 상담을 받으려면 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상담가는 상당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노련한 대처와 순발력으로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귀로 듣고 끄덕이는 일 또한 엄청난 수고와 정신적인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내가 주기적으로 받는 상담은 이 비용이 전액 무료인 데다 상담가는 상당히 실력 있고 노련하다. 어떻게 내가 이런 질 좋은 상담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혹시 '건강가정지원센터'라는 곳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전국에 대략 207개의 지역 센터가 운영중에 있다. 가족문제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프로그램 및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는 대략 3년 전부터 내가 사는 지역의 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상담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개인 상담, 부부 상담, 온라인 상담 등으로 상담 신청이 가능한데 상담의 회기가 비교적 짧은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무료로 질 좋은 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지원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상담을 받았는데 지역마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총 6회기의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대기 인원이 많기 때문에 한번 신청해도 바로 상담을 받을 수는 없다. 그래도 신청해 놓고 기다리면 1년에 2번 정도는 상담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나는 2번의 개인상담 서비스를 받았는데 최근에 두 번째 상담을 마쳤다. 첫 번째 상담 서비스를 받을 때는 내 모든 상처들을 쏟아내는 시간들이었고, 이번에 받은 두 번째 상담 서비스에서는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시간들이었다.
1주일에 하루 50분. 이 상담 시간은 여러모로 의미가 많았다. 늘 집에 있으려는 내가 신발을 신고 밖을 나가야 할 이유였고 내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과의 귀한 약속이었다. 고작 6번의 상담으로 많은 것이 바뀌겠나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내가 죽는 날까지 나는 매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이미 각인된 부정적인 많은 생각들은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쉬지 않고 불안해할 것이며 다시 또 마음이 허기지는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죽는 날까지 지치지 않고 계속 변하리라 마음먹었으니까. 또한 내 부모의 삶과 나의 삶은 결코 같지 않다고 믿으니까 말이다. 난 그들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것이고 아직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내 모습을 사랑스럽게 볼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이 상담의 시간들은 상상 이상으로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다.
상담가 선생님은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하셨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강점이라고, 그래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기 변화를 추구하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그게 나의 강점이구나 깨달았다. 이번 상담을 받으면서 기질 검사를 해봤는데 불안도가 100점 중에 100점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거의 상위 0.1% 안에 들 정도의 불안도를 가진 나. 검사결과지를 보니까 살면서 가졌던 많은 의문점들에 대한 답들을 거의 얻었다. 나는 항상 전쟁 속에서 사는 것 같은 불안함으로 젖어있었다. 그것이 분노와 짜증을, 그리고 과도한 예민함과 스트레스를 일으켰고 결국 나는 병까지 얻었다.
그래서 막연한 걱정이 들어 상담 마지막 시간에 선생님께 물었다.
"불안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스스로를 믿으세요. 더 이상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충분히 다 감당할 수 있는 어른이라는 것을 믿어야 해요. 그리고 불안해지면 그 즉시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여유롭게 하는 것을 하세요. "
모든 상담이 끝나고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고 배운 것을 실천했지만 여지없이 불안감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울며 상담가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무 힘들어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불안한 내 마음을 잘 아시던 선생님은 내게 스스로를 잘 다독이라고 격려하셨다. 괜찮아, 괜찮아, 난 기본적으로 괜찮아라고 말하며 후련해질 때까지 울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괜찮은 건 어떤 거예요?"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허용해주는 거예요.
내 불안, 불편, 기쁨, 속상함, 힘듦, 슬픔, 우울함, 기운 없음, 무기력함... 등등...
내 맘에 드는 것, 안드는 것 다 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허용하는 거예요.
이런 거 저런 거 다 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죠."
허용해 주는 것.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허용해 준 시간들이 얼마나 될까.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다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한 순간들은 얼마나 될까. 오히려 왜 그런 순간들을 미리 대비하지 않았냐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비난하고 그러다 남을 탓한 시간들이 넘쳐났다. 이제부터라도 허용해 줘야지.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다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임을 인정해야지. 그래서 다음 상담을 받을 때에는 조금 더 스스로에게 허용적인 내가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했다. 정말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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