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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기록

누군가를 잃어버린 경험

by 인포터 2022. 3. 8.

오늘도 어김없이 녀석은 내 꿈에 나타났다. 녀석만이 가진 특유의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내 옆에 서 있었다. 연분홍 빛의 통통한 볼과 땡글땡글한 눈.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힘들 때면 언제나 열일 제치고 달려와줬던 고마운 녀석. 우리는 오랜 시간 서로의 슬픔과 고통을 남김없이 나누면서 위로했다. 녀석은 꿈속에서도 내 옆에서 든든하게 서 있어주었다. 그리고 오늘도 꿈에서 깨고 난 후에 깨달았다. 이 친구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2년 전 녀석은 하늘 나라로 갔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였다. 지게차가 그 아이를 치고 갔다고 했다. 사고 현장이 너무 처참해서 유족들은 차마 녀석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술을 먹었는지 핸드폰을 했는지 모를 그 지게차 운전수는 징역 선고를 받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나는 녀석을 잃었다. 날이 따뜻해지면 같이 산책하자고 내게 보냈던 그 카톡을 마지막으로 녀석의 카톡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당시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러다가 꿈에서 녀석이 말했다. 

 

"언니, 그만 힘들어하고 나한테 와요. 거기 힘들잖아요. 이제 다 버리고 여기로 와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당시에 남편과 친구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내 극단적인 생각은 차츰 줄어들었다. 그래도 녀석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나는 수차례 녀석의 꿈을 꾸었다.

 

내 꿈은 늘 오감이 실감나게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다. 꿈에 녀석이 나올때면 나는 늘 녀석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물었다.

 

"너 죽은 거 아니었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러면 녀석은 늘 이렇게 대답했다.

 

"언니 나 사실 죽은 게 아니야. 나 살아있어. 사람들이 모르고 나를 관 속에 넣었거든. 그래서 내가 쿵쿵 두들겨서 그 소릴 듣고 사람들이 구조해줬어"

 

사고 현장이 처참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나는 꿈속에서 녀석이 하는 이 말들을 믿었다. 아 죽은 사람이 다른 사람일 수 있겠구나. 정말 살아 있는 거구나. 나는 녀석을 한참 끌어안고 너무 다행이라며 널 잃는 줄 알았다고 펑펑 울었다. 그렇게 실컷 울다 보면 꿈에서 깬다. 그리고 깨닫는 것이다. 아 꿈이구나. 

 

트라우마인지, 항우울증 약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그런 생생한 꿈을 꾼다. 깨고 나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괴롭다. 너무 생생해서 더 가슴 아프다. 다음번에 꿈에 나타나면 "아냐, 이건 꿈이야. 넌 이미 이 세상을 떠났어. 나 이제 이 사실 받아들일거야. 널 그냥 그렇게 잘 보내줄 거야"라고 말하리라 다짐하지만 꿈속에선 여전히 녀석이 살아있다고 믿게 된다. 아직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13년 동안 길렀던 강아지가 하늘 나라로 갔을 때 나는 강아지의 사진을 모두 없애버렸다. 사진을 볼 때마다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냥 원래부터 함께하지 않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사진을 모두 없애도 강아지와 함께했던 기억까지 지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강아지를 잃은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귀여운 그 강아지가 꿈에 나와서 내 품에 안긴다. 하물며 강아지를 보내주는 일도 괴로운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어버린 일은 트라우마 그 자체였다. 사실 나는 강아지를 잃었을 때처럼 내 친구와의 사진을 모두 지우려고도 했다. 하지만 녀석과 찍은 사진을 지우면 내 20대의 사진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과 같을 정도로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그래서 그냥 사진들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내 꿈에 나와서 사실 자긴 살아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녀석을 꿈에서 만날 생각이다.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이별을 애도할 시간도 길다. 오늘 새벽에도 내 꿈에 녀석은 생생히 모습을 드러내며 내 옆에 있었다. 아마 시간이 오래 지나도 그 앳된 모습을 한 채로 내 꿈에 나와서 여전히 자신은 죽은 것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는 꿈에서 깨서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고 '이 친구 또 꿈에 나왔네. 내가 보고 싶었나 보네'하면서 초연하게 있을 날이 오겠지. 늘 다짐하듯이 천천히, 조급해하지 말고 이렇게 내 마음을 돌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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