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이폰15 발표에서 애플은 아이폰 포트를 USB-C타입으로 변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라이트닝 포트만 고집하던 애플의 이런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애플의 MFI 프로그램
스펙만 비교한다면 라이트닝 포트는 USB-C포트보다 훨씬 뒤쳐져 있습니다. C 타입 포트는 라이트닝 포트보다 무려 9배나 더 많은 전력을 제공하며, 80배가 넘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그런데 왜 2012년부터 애플은 계속해서 라이트닝 포트만 고집했던 것일까요?
애플은 이에 대한 답으로 MFI 인증을 언급합니다. MFI는 Made For Iphone의 약자입니다. 애플에서 손수 검증된 제품이라는 인증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조악하기 그지 없는 싸구려 액세서리들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프로그램입니다. 실제로 MFI 인증을 받지 않은 액세서리를 아이폰에 연결하면 아이폰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뜨거나 아이폰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애플 제품은 유독 정품 제품의 구매를 권하는 편이죠
MFI 인증을 받으려면 애플의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수정 및 검수가 반복됩니다. 이른 바 심사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채택된 제품들의 수익의 20에서 25%는 애플이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갑니다. 이 수수료가 해마다 5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하는데 거의 아이폰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대략 9% 정도가 그냥 들어온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라이트닝 포트만 고집하면서 MFI 인증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과연, 정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돈을 벌려는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데이터 전송과 C타입 포트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의 많은 비율이 사진/영상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들에게는 ‘데이터 전송’의 숙제가 있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대용량의 파일을 편하게 전송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동안 애플은 USB 2.0의 속도를 지원하는 라이트닝 포트를 고집하는 바람에 유저들은 ‘에어드랍’같은 무선 전송을 애용해왔습니다. 하지만 20G, 50G, 100G 같은 대용량의 사진/영상 파일을 전송하기엔 에어드랍은 무리였습니다. 이런 파일들을 전송하려면 라이트닝 포트에 직접 연결한 ‘유선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마침내 이번 포트변환으로 인해 4800만 화소의 사진 4K 영상 파일 등의 전송 환경이 더욱 쾌적해진 것입니다.
애플이 단지 USB-C 타입의 도입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iPadOS 17에 지원되었던 USB 외장 웹캠 기능까지 앞으로 iOS에도 지원하게 된다면, 아이폰을 이용한 외장형 캡처 카드도 연결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미러리스 카메라에 달린 HDMI 포트를 아이폰에 직접 연결할 수 있고, 아이폰을 전문가용 카메라의 외장 모니터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젠 정말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이폰이 필수템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아이폰15프로 모델에 USB 3.0속도인 C타입 포트를 지원한다는 소식은 정말 획기적인 소식입니다. C타입 포트는 충전이 편해진다는 목적보다는 데이터 전송이 빨라진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고수해 온 MFI 인증 프로그램의 일부로서의 라이트닝 포트를 포기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다다른 애플의 행보가 어떻게 될 지 기대되는 순간입니다.